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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발길 닿는대로

든든한 한끼, 시원한 굴국밥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서도 쌀쌀한 바람이 자꾸 옷깃을 잡고 늘어지는 이때. 봄을 시기하는 추위가 가끔씩 찾아오는데, 그래도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것,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인 그것이 있다면.
바로 굴국밥이다.
굴 좋은 것은 다들 알 것이다. 겨울에 별미, 겨울이 제철이라면서 겨울만 되면 맛집 기사들 중에서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버티고 있는 게 바로 굴이니까.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타우린과 아연이 들어있어서 남성에게 특히나 좋다고 하고, 여성들에게는 굴팩을 해보라고 할 정도로 피부에도 좋으니. (그나저나 먹는 걸로 팩하는 건 나도 여자지만, 좀 거리감은 있어 보인다)


전국에 굴국밥을 파는 식당은 많다. 셀 수 없을 정도지만, 제주도에서 굴국밥하면 유명한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내에서도 체인 여러개를 갖고 있다. 굴국밥이 왜 체인점이 많을까? 물어물어 돌아온 대답은 그렇다. 체인점을 하게 되면 식재료 공급이 유용하고, 굴국밥 자체가 맛내기가 까다로워서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강하다고 한다.
물론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한다. 굴국밥이라는 게 제대로 맛을 내야 맛있는거니까.

제주시청에도 이 굴국밥집이 있고, 신제주에도, 그리고 중앙로에도... 제주도 곳곳에서 이 굴국밥집을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 살던 당시에는 너무 자주보여서 아무 생각없이 자주 갔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사내식당밥이 싫어서 굴국밥집을 찾기도 했었던 곳이기도 하다.


반찬은 깍뚜기, 고추, 양파, 된장... 아주아주, 너무나도 간단하다. 단순하기에 굴국밥의 맛에 흠뻑 빠져들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꽁꽁 언 몸을 사르르 녹여버리는 국물,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굴을 씹는 느낌에 바깥에 싸늘한 바람은 잊어버리게 된다.



차림표도 단순한 이곳. 벽에는 이런저런 글도 붙어있다. 밥만 먹다가 심심하다면 잠깐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물론, 먹기 바쁠 사람들도 있을 듯 하지만서도^^;


텔레비전에도 몇 번 방송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피디님들이 이곳을 많이 찾았었나보다. 맛집 아니면 안가던 피디님들이 이곳은 정말 많이 갔었다. 물론 나 역시 쫄랑쫄랑 같이 밥 먹으러 갔었지만. 잠시 옛날 생각에 잠겨본다.
지역방송국에 잠시 몸 담던 시절을.

밥을 다 먹고나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본다. 후식으로는 프림과 설탕이 들어간 달달한 커피. 자판기 앞에 붙여진 사장님의 센스 넘치는 메모가 미소를 짓게 한다.

일년 359일 영업, 일년에 6일만 쉬는 이 굴국밥집을 어느 누가 그냥 지나치고 가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