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초록빛 밭. 가파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푸르른 하늘만큼이나, 짙푸른 바다만큼이나 골목도 파란빛깔을 띠고 있던 가파도의 골목길.
거친 바다를 끼고 살아 그런 것일까... 가파도가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라면 벽화 역시 마찬가지다.
가파도의 소박함을 닮은, 푸른빛깔의 골목길을 거닐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돌담. 돌담은 제주도 어느 곳에 가도 볼 수 있다. 가파도에서도 돌담은 정겹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름 멋을 부린 벽화와 함께.
가파도의 벽화길을 걷고 싶다면? 아니, 벽화길보다도 가파리 한바퀴를 돌아보는 것을 권해본다.
2km 밖에 안되니, 운동삼아 걸어보는 것을 권한다. 걷기 코스는 안내판을 참조. 시원한 바닷공기를 마시며, 맑은 날에는 저 멀리 산방산과 한라산도 보이니. 경치를 벗삼아 걸어보길 추천한다.
저 멀리 제주도가 보이는데... 가파도에서 제주도를 말하려니 약간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다.
제주도에서 가파도를 말하는게 아니라 가파도에서 제주도를 말하려니.
멀리 보이는 산방산. 그리고 구름에 가려 희미한 실루엣만 보이는 한라산까지.
바닷물이 이리 맑을 수가 있을까. 이곳은 아직 청정자연임을 증명하는 깨끗한 바닷물.
투박한 돌담길을 걷기 시작하다. 아무렇게 듬성듬성 쌓은 것 같지만, 돌담을 쌓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돌담을 쌓는 방법은 수십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람이 불면 와르르 돌담이 무너질 것 같지만서도 이 돌담은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물차의 진입마저도 막는 골목길.
들꽃이 벗이 되어 주기도 하고.
군데군데 색이 벗겨진 듯한 느낌의 벽화..
골목길을 걷다보면 창문을 열고 가파도의 주민들이 인사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때,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분명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인데... 대단한 결심을 하신거라 생각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그림을 그린다라? 난 찬성! 조건이 있다면 예쁘게 그려달라 말하고 싶을뿐!
그전에.. 내 집을 먼저 갖는게 먼저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골목길을 걷다. 골목길을 걸으며 내 카메라는 분주하게 가파도의 돌담길을 담기 시작한다.
고양이 손같이 앙증맞은 파도. 파도가 "앙~"하고 애교를 부리는 것만 같아 피식 웃음이 났다.
대문이 없는 집. 제주도의 집은 이렇다. 서로간에 믿음이 크기에 대문도 없고, 심지어 대문이 있어도 잠그고 다니질 않는다. 대문을 안 잠그고 다닌다라? 서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제주도에선 창문도 잠그지 않고, 대문도 그냥 열어두는 편이다. 제주시를 벗어나면 이런 풍경은 자주 보게 되는 것 중에 하나다.
돌담위로는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내 마음도 푸르게 물들어간다.
가파도의 벽화는 소나무와 파도가 주를 이루는 것 같지만서도 이렇게 벚나무도 있다. 가파도의 벽화는 씩씩하고 용맹하다는 느낌이랄까?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 남성적이고, 강한 느낌이다. 물론 그 강인함속에서도 소박함이 느껴지고...
벽화가 그려진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덧 선착장에 다다른다. 마을 회관 역시 푸른 벽화로 단장을 하고 있고.
목마른 자, 배고픈 자에게 간식과 물을 사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파도 슈퍼도 푸른색 옷을 입었다. 소금기 가득 머금은 바다바람을 견디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나무를 가파도의 골목길은 안고 있다.
다른 지자체의 벽화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을 생각하고 가파도 골목길을 걷는 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가파도의 자연과 함께 그 속에서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주민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면 그 실망은 다가오지조차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파도는 그 자체가 아름다우니, 여느 그림과 비할 수가 없다고 자부한다. 어쩌면 가파도가 그렇게 아름답기에 벽화가 그리 소박해보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그 소박한 벽화가 좋다. 짭쪼롬한 바다바람도, 차가운 바닷물도, 구멍이 숭숭난 현무암도.
푸른 하늘, 파란 바다. 가파도는 한없이 파랗다.
그리고 가파도의 길도 파랗고, 푸르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내 마음도 파랗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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