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편안하게 다가서는, 살아있는 재즈 - Bye, Lupita
일상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 어느 편에 서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음악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딱히, 어느 음악의 편에 서진 않고, 음악 장르 자체를 다양하게 아우르며 즐기는 편인데.
좀 더 차분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애상에 잠겨보고자 할 때 주로 듣는 음악은 재즈이다. 스윙감, 즉흥연주에서 나타나는 창조성과 활력, 연주자의 개성을 살린 사운드를 통해 정통 재즈의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런 재즈가 따분하고, 지루하게 들릴때도 있다. 재즈가 좀 더 편하게, 익숙하게, 일상의 감성으로 다가오면 어떨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 같다. 뮤지션도 이런 생각을 하니 말이다. 더 자연스럽게, 더 편안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전달하고 싶어서 "어쿠스틱"을 선택한 밴드 바이루피타 (Bye,Lupita). 보컬인 윤선영을 중심으로 바이올린 양유진, 피아노 이성애, 드럼 박태헌, 콘트라베이스 안원석, 기타 김동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8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충무로 국제 영화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 수많은 공연 및 연주 활동으로 그들만의 음악을 여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팀이다.
1. 꽃폭탄
산뜻한 느낌의 음악. 현악기의 선율이 인상깊다. 이 앨범이 재즈풍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첫 음악. 재즈가 선사하는 꽃폭탄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가라고 묻는 듯 하다. 짧은 곡이지만, 이 짧은 연주가 주는 느낌은 상당히 강렬하다. 이 앨범은 다섯곡밖에 없지만 첫 곡에서 받는 느낌을 통해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을 가늠해볼 수 있다.
2. Para Los Enamorados
어려운 스페인어가 제목인 이 노래. 노래도 제목처럼 어려울까? 그건 아니다. "파라 로스 에나모라도스" 발음도 어려운 이 노래, 하지만 가사와 멜로디는 쉽게 와 닿는다. 상대방의 사랑을 기다리는 노래인데, 조금은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달라는 노래다. 이 곡이 타이틀 곡인데, 무난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곡보다 세번째 트랙과 다섯번째 곡이 더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인 내 취향으로서는 말이다. 다섯번째 곡은 조빔의 노래를 바이루피타의 느낌을 살려 불렀지만....
3. El Amor
숨겨진 내 마음을 그대가 찾아주기를 바라는 노래. 내게 다가와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함께 같이 가자고 말해주길 바라는, 사랑을 기다리는 소망을 담은 노래다.
빠른 템포,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선율과 베이스의 빠른 연주가 잘 어울린다. 바이 루피타가 추구하는 음악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노래라고 볼 수 있겠다. 가벼운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피아노 연주와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의 선율까지 한데 어우러져 각자의 기량을 잘 발휘하는 노래다. 보컬의 시원시원한 음성과 어우러져 정말 한편의 사랑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4. 단잠
현악기의 중후한 선율로 시작되는 음악이다.
낮잠을 깨고난 후의 나른함이 담겨 있는 곡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사랑과 낮잠, 공통점이 있다면?
깨고났을 때 나른함과 안타까움이 있다는 점이다. 오후 햇살에 취해 잠이 든 것처럼 사랑도 그렇게 서로에게 취해서 빠져들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낮잠이 깨고 나면 나른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듯 사랑도 그렇다.
이 곡은 제목처럼 사랑에 대한 회상을 느낄 수 있고 차분하다. 나는 보컬의 목소리보다도 바이얼린과 콘트라베이스의 선율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5. No More Blues
조빔의 히트 보사노바 곡을 바이 루피타의 느낌으로 풀어냈다. 다른 곡들이 일상적인 재즈처럼 다가갔다고 한다면 이 곡은 보사노바 리듬을 바이 루피타의 개성으로 접근을 시도한 곡이라고 생각된다.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기타까지 어우러져 경쾌한 듯 하면서 진득한 느낌의 바이 루피타표 보사노바를 선사한다. 보사노바의 경우에는 묘하게 슬픔과 애환을 담고 있다. 보통의 리듬이 감성을 품는 자체는 흔치 않으나 보사노바만큼은 독특하게 감성을 안고 있는편인데, 보사노바의 애환적인 리듬과 바이 루피타의 표현이 어우러진 곡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사노바는 아무리 경쾌하게 연주되고 밝게 작곡이 되어도 그 슬픔을 엿볼 수 있기에 참 매력적인 장르가 아닌가 싶은데. 어쨌든, 보컬의 가창력은 이 곡에서 가장 빛나는 것 같다. 감정 표현 역시 이곡에서 가장 최대로 발휘되는 듯 하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소박한 느낌을 담으면서 편하고 일상적으로 우리가 재즈를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통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이 루피타의 이 앨범과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정통과 어긋나는 편도 아니고 무난한 편이다.
가사도 일상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말하고 있고, 평범한 이야기다. 어쩌면 바이 루피타는 일반 사람들과 교감을 하고 싶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음악에서나 미술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보는 사람, 듣는 사람, 즉 일반적인 사람들과의 교감이니 말이다.
하지만, 뭐랄까.. 너무 자연스럽게 거부감없이 흘러가기에 소박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재즈가 보통 기교가 화려한 편인데, 이들의 음악에서는 약간은 절제를 하면서 흐름을 중시하는 듯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재즈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바이루피타, 이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재즈는 쉽게 다가선다.
사람들과 교감을 원하는 재즈,
쉽고 편안하게 다가서는 재즈,
감성을 담은,
연주자들의 개성이 살아넘치는 재즈를 담은 바이 루피타의 앨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