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발길 닿는대로

한국의 알프스? 대관령 양떼목장.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4. 16:30
겨울은 추워야 정상이다. 겨울이 춥지가 않다면 겨울이 아니다. 하지만 추위도 적당히 해야지. 이곳에서만큼은 두꺼운 점퍼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두꺼운 옷을 찾게 된다. 오리털이 아니라 바로 앞에 있는 양의 털이라도 깎아서 옷을 만들어 입고 싶을 정도로,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추위를 느끼게 되는데. 이곳은?
바로 강원도 대관령.

운 좋게 찾은 강원도. 역시나, 운 좋게도 날씨마저 좋았다. 난 럭키걸? 올해는 운이 좀 트이려나?
어쨌든, 맑은 날씨 보기가 참 힘들다던 이곳에서 한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을 만나다.
그리고, 꾀죄죄하고, 통통한, 약간 성질도 있었던 양도 만나다.


양떼들에게 건초를 주기전에 먼저 산책로를 걸었다.


봄이되면 저 펜스 안으로는 초록색 풀이 자라고, 양들이 뛰어다니겠지?
얼른 봄이 왔으면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그 설레임도 잠시.
칼바람이 불때면 움츠러들었다. 봄이 오긴 올까?


 






빙판길을 걷고 또 걸어, 아슬아슬 미끄러질까 조바심도 내면서 산책로를 올랐다. 눈썰매타면 딱 좋을 곳이라고 해야하나?
공기가 너무 차가웠다. 정말 냉장고속에 있는 느낌이랄까?





산책로 언덕을 올랐다. 힘겹게 오르고 나니 험한 산세가 눈앞에 펼쳐졌다. 눈앞에 펼쳐진 태백산맥.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그 무서운 빙판길을 올랐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리에 힘도 풀린다...


관광객들 왼쪽으로 보이는 것은 영화 세트로 사용되었던 움막. 나름 분위기있다. 바람이 슝슝 들어오긴 하지만.
다들 이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다. 물론 나도 질세라 찍었다. 훗.
하지만, 내리막 경사에서 사진을 제대로 찍기란 힘들다. 사진도 비스듬, 나도 비스듬.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무서웠던 산책로.




영화 "화성에서 온 남자" 세트장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생각난다. 김희선과 신하균의 영화였지. 극장에서 봤는데.. 보고 나서  좀 후회를 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속 세트장이 너무나 멋져서 정말 그곳이 한국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정말 이곳에 눈이 하얗게 쌓이면 알프스 못지 않은 설경을 자랑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을 한국의 알프스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눈이 좀 더 왔어야 했는데, 아쉽다! 봄에 오면 또다른 매력을 느낄 듯도 하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나무들도 모두 바람을 견디기 위해 가지가 저렇게 휘었다.
바람을 껴안은 듯한 나무, 바람이 나무에게 너무 심하게 안기는 듯 하다.

산책로를 한바퀴 휘이 돌고 나를 맞아준 양! 흰, 백색의 양이 아니라 때가 낀 꼬질꼬질 양이었다.
제주도 명도암 목장의 양이 생각났다. 세상의 모든 양이 하얄거라는 생각은 버릴 것.
양도 목욕을 하고 싶겠지? 얼마나 가려울까?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빨간색 코팅 장갑을 끼고 양에게 건초를 줬다.
주고 나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손 씻기. 주기전에도 손을 씻고, 주고 나서도 손을 씻으세요.

다이어트를 하는건지, 아니면 목장 주인이 굶기는 건지 너무나 잘 먹어서 뿌듯하기도...
안먹었다면 사람도 가리냐면서 성질을 냈겠지만, 양들은 다행히 건초를 너무나 잘 먹었다. 주는대로 다 먹는 것 같았다.
어느 누가 주든 잘 받아먹는 걸 보면.
특히,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었다. 양과의 대화를 나누라고 하는데, 어떤 대화? -_-;
아, 그리고 양 앞에서 먹는 걸로 장난치지는 말 것. 건초를 줄 것처럼 하면서 안주면... 양도 성질낸다능!

산책로 곳곳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펜스 곳곳에 이런 우편함들이 있는 걸 보면 나름 센스가 있는 듯.
겨울은 겨울대로, 봄은 봄대로 운치를 자랑할 듯 하다.


손끝까지 시린 추운 겨울날 찾았던 대관령 양떼목장.
양이 떼를 지어 있는 게 아니라 때가 낀 양이 있었지만...
태백산맥의 웅장한 자태와 너무나도 시리고 차가웠던 맑은 공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다.
매서운 추위를 누그러뜨릴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목장의 산책로.
한국의 알프스라고 할 법도 하다.

난 영화속의 장면들을 떠올렸다.
걱정이 많다면, 가슴이 답답하다면 가끔 이런 곳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번쩍!

 
대관령양떼목장
주소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14-104
설명 고원언덕에 펼쳐진 초지와 양떼, 숲 등 마치 알프스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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